Talk & Talk

아웃도어 브랜드가 로고에 집착하는 이유

redchecker 2021. 7. 23.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대리점 점주님께서 궁금해서 묻는다며 제게 문의한 것 중 하나가 로고 이야기였습니다.

상의에는 왼편 가슴 쪽에 로고, 바지는 뒷 오른쪽 엉덩 위 부위에 로고... 배낭은 전면에 로고..

이 로고가 모든 제품마다 큼지막하게 있으니, 제품이 다 똑같아 보이고 매년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며 그 이유를 물으셨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영업을 하면서... 그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저도 처음에 말문이 막혔었는데요..

디자인 사업부 팀장에게 문의해도 그냥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디자인에 태클 거는 건가 싶어 저를 경계하기도 하였었습니다.

오늘 이야기해볼 내용은 바로 아웃도어가 브랜드 로고를 왜 이렇게 일편적으로 붙이고 있는가에 대해서입니다.

이는 아웃도어뿐만 아니고 다른 브랜드 영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만... 유독 아웃도어 웨어에서 많이 보이기도 한 내용입니다.

어디서부터 생각을 해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IMF가 닥치고 경제상황이 안 좋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소속이 사라져 버려서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등산이라는 하나의 트렌드가 크게 성장하게 되었죠.

저는 아웃도어 브랜드 로고가 바로 이 시점부터 의미 있게 사람들에게 다가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소속하기를 희망하는 집단의 사람들이 구매하거나 입을 것으로 생각하는 상품을 자신도 선택 구매함으로써, 그 집단에 동질화되고 소속하고자 하는 욕망을 "파노플리 효과"라고 합니다.

 [참고*어린아이들이 경찰 장난감 중 권총, 수갑, 경찰 배지 등을 착용하고 마치 자신이 경찰관이 된 것 같아 행동하는 모습이 바로 "파노플리 효과"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IMF로 큰 상실감을 갖았던 많은 국민들이 등산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마음도 치유하며, 아웃도어 브랜드 웨어를 선택하면서 그 로고로 인해 잃어버렸던 소속감을 느끼게 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IMF 때 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이기에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일편적으로 다 똑같이 로고 작업을 해왔던 것이겠지만, 그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도 변화가 없었던 것이 점차 사람들에게는 식상하고 브랜드의 창의성과 혁신이 보이지 않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파노플리 효과는 산악대원들이 입을만한 겨울 다운 패딩에 태극기 및 산악대 와펜을 부착하여 고가로 판매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마치 그 구스다운을 입으면 히말리아 원정대원 같은 느낌을 소비자는 얻게 되는 것이고, 제조판매사는 가치 창출하여 큰 수익으로 돌아오게 만들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는 히말리아 원정을 지원하고, 산악인을 양성하는 등산학교도 만들면서 하나의 소속감을 주고 그 소속감을 로고를 통해서 만들어 왔던 것이죠.

그렇게 때문에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로고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 추세들은 일부 웨어에서 로고를 다른 위치에 놓거나, 잘 보이지 않게 하는 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로고 역시도 하나의 디자인화 하는 경우도 있고..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두어서 본래의 웨어 디자인을 두각 시키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 것이지요. 대다수 중저가형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이러한 식으로 변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메이저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소비자 니즈가 로고의 가치의 선택 때문에 쉽게 숨기거나 변화를 두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샤낼 백에 샤낼 마크가 없어서야 될까요??? 명품은 로고가 생명이다 라는 말도 있듯이... 아웃도어 브랜드 웨어에서도 로고에 대한 집착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댓글

💲 추천 글